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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삶

여행과 해외 살이의 차이

by lua100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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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관계와 시스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해외에 당분간 나가있기로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해외 생활이 궁금해졌고, 그때부터 다양한 유튜브 채널들을 보기 시작했다. 여행을 업으로 다니는 사람도 있고, 한 달씩 나라를 옮겨가며 사는 사람도 있고, 여행도 살기도 번갈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행과 해외 살이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했고, 나는 해외 살이를 하고 싶었다. 일에서 벗어나 해외의 문화를 잠시 경험하고 급하게 돌아오는 여행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과연 여행과 해외 살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긴 기간 동안 지내면 살이인가.

여행은 짧게 다녀오는 것이고, 살이는 길게 해외에 있는 것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여행에서 살이로 넘어가는 그 기준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기준이 한 달이라고 하면, 30일을 지내면 살이이고 29일까지 지낸다면 여행인가. 기준이 보름이라고 하면 14일을 지내면 여행인가. 기간은 둘의 차이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기에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올 곳이 있다면 여행인가.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면서 비행기 티켓값을 검색해 보았다. 생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해외 one way 비행기” 검색을 하니 이것이 한 달 살이의 시작인 것 같아 설레었다. 하지만 언젠가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평생을 여행가로 계속해서 해외를 떠돌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낼 긴 기간의 해외 살이는 여행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소득창출 활동과 의식주 해결을 하면 살이인가.

휴가를 받아 여행을 하던 사람이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숙소에서 밥을 해 먹고, 그 지역에서 옷을 사 입었다면 그 순간 이 여행가는 해외 살이가가 되는 것인가. 여행을 떠나와 휴양지에서 쉬다가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겼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아 일을 잠시 한다면, 그 순간 해외 살이가 되는 것인가. 말장난 같지만 그만큼 경계를 짓기 어려운 것 같았다. 

 

여행이든 해외 살이이든 우리가 갈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여행객임이 분명하다. 만약 태국 치앙마이가 너무 좋아 그 지역에 내가 평생 살겠다고 결심하고 그곳을 정착지로 정한다면, 그때부터 그곳은 여행지가 아닌 정착지로 변한다. 아이러니하게 그와 동시에 다른 모든 곳은 여행지가 된다. 한국을 가는 것조차도 여행이 된다. 

 

나는 기존에 해 왔던 여행의 개념과 다른 시간을 원했던 것 같다. 주변 상황과 여건이 잘 맞아떨어져 겨우 낼 수 있는 며칠의 여행이 아닌, 지내고 싶고 떠나고 싶고 다시 돌아오고 싶은 일정을 내가 정하고 싶다. 단기적 체험으로 이루어진 타국의 경험이 아니라, 머무는 나라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진지하게 탐구하고 싶다. 일에서 벗어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아니라, 소득활동과 여행을 병행하는 나만의 생활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다. 

 

지금 나는 망원동에 살고 있다. 이 동네로 이사온 지 9개월 정도 되었고 이제 곧 정리를 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망원동은 나에게 정착지인가 여행지인가. 대대손손 망원동에 살던 편의점 아저씨는 망원동에 9개월쯤 살다 간 나를 정착자로 여길까 여행자로 여길까 궁금해졌다.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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