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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삶

책장 속 책의 의미

by lua100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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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정도 한국에서 하는 일을 마무리하면서 출국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한국의 집을 정리하고 떠날 예정이라, 지금 집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처분할 계획이다. 나는 크게 무언가를 소유하거나 남기는 것에 관심이 없어, 어딘가로 이동할 때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미련 없이 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에는 많은 짐이 버려지고, 핸드폰을 바꿀 때에는 대부분의 사진이 버려진다. 

 

집에 있는 물건들 중 첫 번째로 정리할 것은 책이다. 지금 책장에는 약 150여권 정도의 책이 놓여있다.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자세히 살피는 것이 이사 와서 처음 있는 일 같았다. 신기한 것은 책장 속에 책을 살피니, 책을 구매한 당시의 내 생각과 마음이 보였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즈음에 책을 통해 새로 가는 길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했다. 책은 당시의 나의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꽂혀 있는 책은 경영, 스타트업, 경제 및 자본, 소설, 인문, 자기 계발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졌다. 최근 8년여 기간 동안은 하나의 목표에 몰입해 있었는데, 역시 이 기간에 산 책들은 일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높았다. 실무와 연관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인문, 소설, 수필 등과 같은 책은 거의 없었다. 사실 그런 관련 없는 책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평생을 살 경우는 고등학생과 같이 잡학으로 살 필요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순간 내 책장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것에 미쳐 있었고, 인생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잡학인데 그걸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근에 산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이다. 그러고 나니 조금 소름 끼쳤다. 누군가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주말에 책을 중고서점에 내놓고, 팔리지 않는 것은 기부할 계획이다. 그러고는 좀 더 잡학스러운 인생을 위해, 맘에 드는 소설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 봐야겠다.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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