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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및 경제 생활

망원동 살이, 망원동 매력

by lua100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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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에 산 지 이제 10개월이 지났다. 내가 선택했다기 보다 일 때문에 근처로 이사를 왔고, 일 말고는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살았던 지난날들이라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이사를 와 보니 망원동은 다른 곳과는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다. 지난 서울 자취 생활 동안 영등포, 구로디지털단지, 관악구, 역삼동 등을 돌았는데, 이곳 망원동은 확실히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 

 

작은 가게 천국 

 

주말이면 망원동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특별한 메뉴, 맛있는 음식, 힙한 인테리어 등을 모두 갖춘 많은 가게가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다. 이곳엔 젊은 사장님들이 정말 많다. 카페에서부터, 소품샵, 의류샵, 라멘집 등등 여러 청년분들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살고 있다. 각각의 가게는 사장님들의 성향과 스타일로 꾸며진다. 그래서 그 모습도 매력도 서로 다르다. 그곳은 사장님의 작은 세계이며, 그 삶이 꾸려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곳에는 일주일에 2-3일만 영업하는 가게가 종종 있다. 어떻게 장사를 하는데 1주일의 대부분은 쉬고 며칠만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렇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잘 되는 가게라면 더 쉬지 않고 매일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내보니 그것 또한 그 가게의 사장님이 살아가는 방식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동네 사람이 있는 마을

 

이곳에 와서 나는 동네 이웃이 생겼다. 지난 서울살이 10여 년 동안 나는 단골 가게 아주머니와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상했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여러 이웃이 생겼다. 응답하라 1997과 같이 집에 찾아가서 같이 저녁을 먹는 정도의 깊은 관계는 아니다. 몇 번 본 사람에게 친절의 눈인사 정도 하는 얕은 관계도 아니다.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오늘 산 바게트가 너무 많아 반을 나눠준다든지, 세븐 일레븐 편의점 아저씨가 술을 못 드셔서 종종 잘못 들여온 술을 서비스로 준다든지, 앞집 아저씨가 더러운 골목을 보지 못해 주말이면 청소를 나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신다든지 등의 일이 벌어졌다. 나는 지독한 요즘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이웃 간의 연대가 익숙지 않은지 십수 년은 되었기에 동네의 이런 분위기가 신기했다. 그래서 얼마 전 앞집 강아지가 내 엄지발가락을 물어 병원을 다녀온 일(살다가 강아지에게 처음 물린 이야기: 링크)이 있을 때도, 웃어넘기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예술인의 마을

 

예전부터 이 근처에 살던 어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대 인근에 살던 수많은 예술인들이 그곳의 치솟는 월세를 이기지 못해 흘러 흘러 이곳 망원까지 넘어왔다고 한다. 이곳은 예술인이 정말 많다. 옥탑방에서 음악을 만드는 정통 힙합퍼들부터, 지금은 미술을 하지 않지만 카페 인테리어로 그 예술혼을 대신 채우는 젊은 사장님까지 그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이곳의 예술인들은 어떤 직종이든 사연이든 작은 공간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주변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한다.

 

이곳 망원동은 작은 것도 다시 보게 하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다른 지역들도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망원동은 내가 동네라는 단어를 다시 쓰게 만들어 준 곳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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