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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책, 유튜브, 기타 리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소설 (1996)

by lua100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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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작가: 김영하
  • 장르: 소설
  • 작가: 김영하

 

책장 속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발견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김영하의 이 소설은 그 시대의 파격이었으며, 김영하의 등단 소설이었다는 점을 듣고 책을 들었다. 이 소설은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순식간에 읽혀 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삶과 죽음, 예술과 신, 인생의 무료함과 여행, 이 모두를 담은 소설이다. 

질척하고도 음습한 소재를 다루지만 담백한 글과 어조로 풀어낸다. 

어떤 상황 어떤 사람이 읽느냐에 따라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다른 소설이다.

 

※ 본 글은 내용에 대한 스포 없이, 개인의 리뷰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목차]

1. 간단한 줄거리

2. 리뷰

3. 추천 대상 

 

1. 간단한 줄거리

 

화자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자신의 고객이 될만한 사람을 찾는다. 그의 주된 직업은 자살을 돕는 것이다. 단순히 자살의 순간을 돕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들어주고, 이를 기반으로 글을 쓴다. 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여행을 가고, 또 그림을 그린다. 본 소설은 화자가 만난 고객인 유디트와 미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삶에 일부 함께 했던 C와 K에 관한 이야기이다. 



2. 리뷰

 

나는 소설 장르의 글은 잘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소설의 화자가 대신 이야기해 주었다. 

 

소설은 삶의 잉여에 적합한 양식이다. - 10p

 

오랜만에 소설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 소설이 유독 그런지, 리뷰를 선뜻 쓰기 어려웠다. 

자살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1996년도에는 꽤나 파격이겠으나, 

지금은 온갖 OTT에서 칼로 찌르고 죽이는 콘텐츠가 난무하는 2023년이다. 

소재의 파격이라기보다는, 다루고 있는 내용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2.1. 삶과 죽음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파트는 삶, 죽음, 그리고 그를 결정하는 인간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살 이유, 의미에 대한 고민이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삶 또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냥 살아지는 것, 숨 쉬는 것이 삶이 아니라, 나의 살아감 또한 선택이니 그 의미와 이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되는 고민이겠으나, 다시 한번 살아감에 대한 선택을 떠올리게 되었다.

 

화자와 유디트, 화자와 미미, C와 미미, K와 유디트는 여러 상황에서 서로 마주하게 된다. 같은 순간을 겪는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는데, 한 사람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고 한 사람은 삶을 향해 가고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유디트와 미미의 삶,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돕는 화자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볼 뿐이다. 


2.2. 예술과 예술가

 

사실 나는 일평생 예술가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 번씩 전시를 보러 갈 때에는 작가의 생각을 읽고 싶어 한다. 이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를 생각한다. 대화가 원활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한다.  

 

이 소설에는 3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생각해 보면 각자의 예술은 각자의 삶을 담고 있다. 담긴긴 것은 예술이 아니고, 그 순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자신 스스로를 예술의 도구로 활용한다. 피사체를 영상에 담아내는 예술가는 자신의 한계와 욕망을 화면 안에 담아낼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망하고 스스로를 신이라고 여기는 예술가는 모든 상황을 글로 표현한다. 결국 예술은 예술가를 담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취해버리는 그녀를 그는 잠깐이나마 부러워 했다. 몰아. - 106p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인생이 너무 척박하여, 집착과 욕망이 가득하던 그때 그의 그림은 날서있고 어두웠다. 그런 그 친구의 그림풍이 최근 바뀌었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부드러워졌으며 밝아졌다. 문득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3. 일상과 여행

 

화자는 일상에서 자신이 할 일을 끝내면 여행을 떠난다. 화자의 인생은 무료하다. 그리고 여행을 가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여행을 떠난다. 화자의 말과 같이 여행이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여행 후, 자신의 위치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일상과 다른 풍경과 경험을 잠시 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떠날 수 없다면, 여행을 계획한다. 그것이 일상의 무료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은 긴 여행을 앞두고 있다. 돌아온 후의 삶을 규정하지 않은 여행이기에, 여행을 간다면 그곳에 답이 있기를 바랄 때가 있다. 하지만 여행지에는 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은 다른 환경에서의 내가 나에게 답을 줄 뿐이다. (Lua의 추구의 삶: 링크)

 

비엔나 여행에서처럼 그곳에서도 미미나 유디트 같은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 134p

 

3. 추천 대상

  • 김영하의 심도 있는 문학 세계에 빠지고 싶은 사람
  • 삶과 죽음, 예술과 여행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싶은 사람
  • 짧은 시간에 장편 소설을 긴장감 있게 보고 싶은 사람
  • 소설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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